아주 예전 꼬꼬마 시절에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있지만
사실 몇몇 장면들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
영화가 어떠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던 터에
최근 리마스터링한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다시 보니 전혀 새로운 영화로 다가 온다.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이 영화 대사가 '영어'다.
당연히 영화가 중국어 대사일 거라고 내가 생각했던 이유가 무안하기도 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무언가 굉장히 어색한 면도 없지 않다.
청나라 궁중 복장에 영어라..
그래도 영화가 흘러가면 영어 대사가 몰입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감독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였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
영상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라 그런지 1987년작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만큼
화면 구도나, 색감이나, 앵글의 움직임이 아주 세련됐다.
서양의 감독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대상이나 역사 고증이 꽤나 정확하게 이루어진 것도 놀랍고
격동의 시대상과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감독 특유의 어떤 시각적인 상징으로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특별한 대사보다는 영화의 장면 장면이 더 많이 각인 되는 듯 하다.
영화 원제목은 '황제에서 시민으로 From Emperor to Citizen'이다.
몰락한 왕조는 슬픈 왕조이고 후대에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유야 어떻든,
왕조의 시대에서 근대 정치 시대로 흘러가는 격변의 시기에
작은 어항 안에 갇힌 예쁜 금붕어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생을 꼭두각시처럼 살아야만 했던 한 사람의 기구한 인생은
평범한 사람들의 연민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황제'든 '시민'이든
사람은 그저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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