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旅行/일본 日本

비행기타고 대마도에...둘째 날

제이우드 || 2023. 5. 7. 13:26
서산사西山寺




희한하게 여행 중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눈이 번쩍번쩍 잘 띄인단 말이지.

창문을 열고 아침 햇살을 맞아 잠을 깨고는

스님이 차려주는 정갈한 일본식 아침 밥상을 받았다.


나 말고 두 명이 같이 아침 식사를 했는데 한 테이블에 한 명씩 따로따로 앉아서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릇 부딪히는 소리 음식 씹는 소리도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더만.

그래서 뭐 나도 조용히 먹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나왔다.

생선이 좀 탄 것 이외에는 너무나 훌륭한 아침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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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마당에 나갔더니 털이 복슬복슬한 고양이가 놀아달라고 발 밑에 드러 눕는다.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인가 보다.

둥글둥글하니 속 편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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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지.

사뿐거리고 조심스러운 모양새가 그들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서산사에는 조선을 상대로한 외교기관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이후 악화된 조선과 일본이 국교를 회복하는데 이곳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조선통신사 일행의 객관客館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일본 풍의 조경으로 꾸며진 작은 마당이 딸려 있는 서산사는 우리나라의 절과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사찰의 지위와 의미가 우리와는 사뭇 달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통적인 불교의 색채보다 그들 나름의 신앙의 느낌이 훨씬 더 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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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쓰자키豆酘崎




체크아웃을 하고 이즈하라 여객터미널에 렌터카를 인수받으러 가는 길.

동네 풍경이 참 한가롭다.

도로에는 차도 별로 없고, 여느 항구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하게 모두 잠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

깨끗한 운하를 따라 어린애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소리마저 크게 들린다.




아침 배가 들어올 시간이 아닌지 이즈하라 여객터미널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다.

부산에서 배가 들어오고 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이키에서도 배가 들어오는 여객터미널치고는 꽤 소박한 내부다.


아무튼 미리 예약한 '도요타렌타리스'에서 오늘 하루 교통수단이 되어 줄 렌터카를 인수 받았다.

과도하게 친절한 도요타 직원으로부터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친절한 일본어 안내를 받으며

겨우겨우 '네비게이션' 사용법을 터득하고 키를 건네 받았다.




아 정말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깜빡이와 와이퍼키도 반대다. 재밌네.

내가 렌트한 차는 '도요타 Vitz'. 우리나라 '클릭'이나 'i30'같은 느낌의 차다.

차도 깨끗하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가속도 부드럽고...도요타 차가 좋긴 좋네.


일단 첫 번째 목적지는 대마도의 남단 쓰쓰자키豆酘崎




좌측운전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색하진 않다.

운전하는 감은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비슷하다.

다만 도로폭이 좁은게 신경쓰이긴 하지만, 워낙에 차도 없고 다들 천천히 달리는 터라 별로 긴장할 일은 없다.

우리나라같으면 뒤에서 몇번이고 클락션을 울렸겠지만 이사람들 절대 앞지르거나 빵빵거리지 않는다.

작은 차로 좁은 길을 잘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운전하는 건 우리나라에서 보다 오히려 더 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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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작은 마을들을 지나고 울창한 숲 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한 시간 남짓 달려 쓰쓰자키에 도착했다.

이즈하라에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은데 길이 좁아 시간이 좀 많이 걸렸네.




눈부신 햇살 아래 속살까지 비치는 바닷물이 넘실대는 이곳이 대마도의 최남단.

암초들 사이에 솟아있는 등대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한해협을 관통하는 지점에 위치한 이곳에 서면 드넓은 수평선을 볼 수 있다.

북위 34도면 해남보다 아래인가?

망망대해에 쏟아지는 강한 햇살이 모두 하얀 물방울처럼 반사되어 퍼져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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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쇼카쿠万松閣

쓰쓰자키에 발자국을 남기고 다시 이즈하라로 돌아왔을 때는 마침 점심 시간.

날도 덥고 점심은 '티아라 쇼핑센터'에서.
 

'주차는 90분 무료입니다.'




쇼핑센터 1층 '다이슈앙対州庵'

메뉴는 '로쿠베ろくべえ'




로쿠베는 대마도 전통 '고구마 국수'인데, 미역국에 아주 부드러운 칼국수를 말아 먹는 맛과 비슷할까.

아무튼 후루룩 후루룩 부담없이 먹을만 한 음식이다.




'ミルクとコーヒー' 한 병을 사들고 오후 여행을 떠나기 전

오늘 묵을 숙소로 이즈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반쇼카쿠万松閣'에 들러 체크인을 했다.

万松閣....소나무가 가득한 누각....운치있는 이름이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다녀간 사람도 많고 여기저기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라 다다미 향이 더 짙게 배어나오는 듯 하다.


그럼 잠깐 쉬었으니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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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제키바시万關橋

대마도에서 가장 큰 도로는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쓰까지 이어진 382번 국도이다.

다른 도로는 차 두대가 겨우 비켜 갈 만큼 좁은 산길이거나,

해안을 따라 난 도로 정도라 운전하기 썩 좋은 도로 환경은 아니다.

제일 넓다는 382번 국도조차 어떤 구간은 말도 안되게 좁으니....

버스나 트럭이라도 지나갈 때면 조심조심 지나가야 할 구간이 제법 있다.


뭐 이런 도로 환경에 익숙하면 또 그리 불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뻥뻥 뚫린 우리나라 국도를 달리던 느낌과는 너무나 다르다.



대마도 섬의 중간에 있는 '만제키바시万關橋'

1900년 일본 해군이 군함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인공운하를 만든 곳에 세워진 다리이다.

대마도에서 가장 좁은 부분을 파서 배가 오갈 수 있는 운하를 만든 것인데,

폭이 좁아 조류가 아주 빠르게 흐르고 있다.




제국주의가 절정에 치달은 1900년대 초반

일본해군과 러시아 발틱함대가 맞붙은 러일전쟁 최대 승부처가 대마도 근해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많은 나라의 운명을 바꿔버린 전쟁의 유물은 그저 지나다 한 번 둘러보는 바닷가 풍경이 되어버렸다.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




'미네三根' 마을을 지나 숲이 우거진 아늑한 작은 해안에 위치한 '와타즈미신사'는 바다의 신을 모신 해궁이다.

바다위에 세워진 '도리이鳥井'의 모습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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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을 모시는 신궁神宮은 일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의 신앙지라고 볼 수 있는데

한반도를 통해 일본에도 불교가 전파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일본 문화의 중심이 되어온 것은 여러종류의 신을 모신 신사神社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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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한국처럼 절대왕조 형태의 중앙집권국가가 아니라

영주들이 각 번을 다스리는 봉건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었던지라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국교國敎의 의미가 약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의 신사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옛 서낭당과 같은 기복적인 색채와

어떤 특정 종류의 신神....무형의 신, 특정 인물, 물건, 동물 등을 모시는 애니미즘, 토테미즘같은 색채가 섞여 발전한 형태가 아닐까

이 부분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어 잘 알진 못하겠지만

대륙의 종교 흐름과 달리 나름대로의 종교 문화를 형성하고 유지해온 점은 참 특이하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이 가져온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오늘날까지 불교, 기독교, 천주교와 같은 외래 종교의 교세가 약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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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진신사海神神社




여느 시골 동네처럼 한적하니 깨끗한 마을들을 지나 382번 국도를 타고 좀 더 북쪽으로 달린다.

여기는 이즈하라와 히타카츠의 중간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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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인적 드문 산길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려 햇빛조차 들지않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나오기도 한다.


삼나무인지 모르겠지만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나무들 덕분에 뜨거운 한낮 땡볕을 피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강원도 오지에나 가야 어렵사리 볼 수 있는 그런 도로.




차를 세우고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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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은 히타카쓰까지 갔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도로 사정때문에 그러긴 힘들 듯 싶다.

벌써 4시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 섬 중간쯤이니

히타카쓰까지 갈 수는 있겠는데 해지기 전에 이즈하라까지 돌아오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오전에 쓰쓰자키를 갔다오는 바람에 북쪽으로 많이 올라오지 못해 좀 아쉽기는 한데,

저녁에 헤드라이트 키고 이즈하라까지 구불구불 산길을 기어가는 것 보다 적당한 곳에서 U턴하는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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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대마도 '제일의 신사'라고 전해지는 유서깊은 가이진신사海神神社.

일본 고대 신화의 복잡한 족보를 열거하며 신사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지만 제 3자에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 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마도 사람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신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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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든 도리이鳥井를 지나 산 속으로 난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꽤 커다란 신사가 나타난다.

흡사 산 중 암자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확실히 기와나 처마 모양이나 돌 기단 같은 것들이 익숙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신사라는 게 우리나라에는 없는 건물형태이니 건축양식 또한 익숙하지 않다.




물론 서로 다른 문화를 비교해서 누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문화란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환경과 교감하면서 만들어낸 유무형의 양식들이기때문에

가장 '적합한 문화'인 것이지 더 '우월한 문화'라고 말 할 수 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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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도리이에 우리나라 '금줄'같은 커다란 줄이 으스스하게 걸려있고, 인기척도 나지 않는 스산함에

약간의 기이한 기운마저 더해져 내가 받은 신사의 첫인상은 사뭇 기괴하다.


여타의 종교와 비교했을 때 보다 원초적인 신神에대한 경배가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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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번 국도




이즈하라로 돌아가는 길에 유유히 둘러본 대마도 모습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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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의 마을에는 기와를 얹은 일본식 목조 주택이 대부분이고

신식집들도 모양은 목조 주택과 비슷해서 전형적인 일본 시골 마을 모습을 하고 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마다 자리잡은 이런 마을에는 굴러다니는 휴지조각 하나 없이 깨끗해서

사람이 사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심심한 시골 동네 같으면서도 대도시 외곽의 전원주택단지를 보는 듯한 도회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다.

너무 인적이드물어 지나다니는 행인만 봐도 반가울 따름이다.

차도 잘 안 지나 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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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하라 근처에 와서야 도로에 차량도 좀 늘어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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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통체제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빨간불일 때 차량 우회전 진행이 가능하지만

일본의 경우 빨간불일 때 차량 좌회전(우리나라 우회전격)은 불가능하다.

따로 좌회전 신호를 받거나 직진 파란불일 때 좌회전 진행을 해야 하는게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빨간불이면 절대 안 움직이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논리이다.




다들 어찌나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지 2차선임에도 불구하고 앞차가 천천히 간다고 앞지르기 하는 모습은 절대 찾아볼 수 없다.

앞차가 옆으로 비켜주기 전까지 다들 묵묵히 앞차만 따라가는 다소 기이한 양태를 나타낸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튼 이런 안전 제일 주의 운전 문화는 우리도 갖췄으면 하는 모습이다.

조심해서 나쁠거 전혀 없으니까.




이즈하라의 밤




일~본에 가면 초~밥도 있고 ♬ 

초~밥도 있고,

초~밥도 있고~~



어제 저녁도 초밥. 오늘 저녁도 초밥.

그래도 맛있다.

나에게 초밥은 어떤 존재일까? 후후




해가 어스름하게 서산에 기울 즈음에 이즈하라로 돌아와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여기저기 기웃기웃 했는데,

'핫쵸八丁'라는 식당들어와서 메뉴를 펼쳐보니 약간 비싼 정식집이다. 헐.

그래도 원래 초밥을 좋아하기도 하고,

친절한 한글 메뉴에 있는 것 중에 그나마 먹을만 한게 초밥밖에 없기도 하고....후후

좀 더 가격이 저렴했으면 좋았으련만....

겨자가 좀 많이 들어가 눈물 찔끔하기도 했지만 괜찮은 메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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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이지만 이즈하라의 밤거리는 한적하다.

상가 옆 가로수 불빛에 하늘거리는 나뭇가지들과

운하를 거슬러 천천히 헤엄치는 숭어떼들.


한편으로는 활기찬 기운이 없어 심심하기도 하지만

여기가 섬나라 일본에서도 변방의 작은 섬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럴법도 하다.




여관 로비에 있는 엄중한 표정의 무사인형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가 오늘 여장을 정리한다.

샤워를 하고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있는 다다미 방에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TV를 켜 놓고, 이것저것 마트에서 사온 군것질 거리를 주섬주섬 먹으며 뒹굴뒹굴.

그래도 희한하게 일본 오락프로는 대충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힌다.

가령...

일본에서도 자주 쓰지 않는 한자를 놓고 사람들이 제대로 읽을 수 있나 없나를 맞추는 코너.

와세다대 출신 젊은 직장인, 동경대 재학생, 변호사 뭐 이런 사람들이 주어진 한자를 잘 읽는지 맞춰보는 형식.

또 어떤 코너에는 일본 토종 장수풍뎅이를 다른 나라 장수풍뎅이와 씨름을 시켜 누가이기나 맞춰보는 게임도 한다.

뭐 이런 식이다....후후


아무튼 일본이나 우리나 오락프로는 참 볼 만 한거 없다.


그럼 또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는 이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