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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

지리산-거림골 [2004.6.18]

a.m. 7:30 아침에 일어나니까 절반이 벌써 떠나고 자리가 횡했다. 새벽부터 부시럭거리던 사람들이 이미 떠난 모양이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더군다나 구름에 둘러쌓여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은 정말 시원했다. 뺨을 때리는 작은 물방울들하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어제부터 어디선가 향긋한 향기가 날아오는데 풀향기며 나무향기 꽃향기가 섞인 향긋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한 며칠 푹 쉬다가 갔으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정상이니 서둘러 움직였다. a.m. 9:00 이 날은 정상까지 내가 큰 배낭을 짊어졌다. 먹을 게 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내게는 역경의 무게였다. 처음 40분 동안은 정말 죽을 맛이었는데, 계속 걷다보니까 요령도 생기고 능선이라 크게 경사..

지리산-거림골 [2004.6.17]

한 동안 여행 기피증에 시달려서 인지, 갑자기 속에 있던 무엇을 다 토해내고 싶었다. 충전지를 완전히 방전시켰다가 다시 재충전 하는 것처럼, 내 몸도 그렇게 완전히 방전시키고 다시 채우고 싶었다. 그러면 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모든 면에서.... a.m. 9:40 흐리고 때때로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처럼 버스를 타자마자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한 두 방울 맺히더니 덕산을 지날 무렵부터는 비가 제법 쏟아지는게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호석이도 표정이 약간 굳어지는게 시작부터 약간 의기소침한 우리들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에라, 입산통제되면 집에가서 비디오나 빌려보자'하고 쏟아지는 비를 내심 반기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a.m. 11:00 그러나... 이런 게으른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