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3:00 새벽 산사를 울리는 스님의 도량석 소리가 들려온다. 목탁을 치며 법당을 돌면서 염불을 외는 것을 도량석이라고 하는데 예불을 올리기 전에 도량을 깨끗이 하는 의식이자 곧 예불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안내방송같은 역할이다. 달빛을 등에 지고 법당에 들어섰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은은한 촛불에 비친 불상의 모습이 저녁때와는 달리 한층 신비스럽고 부드럽게 보였다.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는다. 저멀리 작지만 강렬하게 법고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그 소리가 내게 다가와 이내 양 귓전을 거세게 두드리고 심장을 흔들어 놓는다. 숨이 점점 가파온다. 법고 소리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뒤이어 경쾌하고 깨끗한 목어소리도 들려온다. 지축을 흔들어 세상 만물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도록 다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