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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2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10]

a.m. 3:00 새벽 산사를 울리는 스님의 도량석 소리가 들려온다. 목탁을 치며 법당을 돌면서 염불을 외는 것을 도량석이라고 하는데 예불을 올리기 전에 도량을 깨끗이 하는 의식이자 곧 예불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안내방송같은 역할이다. 달빛을 등에 지고 법당에 들어섰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은은한 촛불에 비친 불상의 모습이 저녁때와는 달리 한층 신비스럽고 부드럽게 보였다. 가부좌를 하고 눈을 감는다. 저멀리 작지만 강렬하게 법고 소리가 들려온다. 점점 그 소리가 내게 다가와 이내 양 귓전을 거세게 두드리고 심장을 흔들어 놓는다. 숨이 점점 가파온다. 법고 소리에 온몸을 맡기다 보면 뒤이어 경쾌하고 깨끗한 목어소리도 들려온다. 지축을 흔들어 세상 만물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도록 다그치..

부석사에서 강구항까지 [2003.8.9]

지리한 장마도 지나가고 여름도 이제 종반에 다다랐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여전히 뜨겁다. 그래도 한여름을 에어컨 밑에서 보낸다는건 너무나 재미없는 발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여름은 그리 많지가 않다. 어릴적에는 기껏해야 부모님 손잡고 여기저기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끌려다니며 삼겹살이나 구워먹다 왔을 것이고, 조금 머리가 컸을땐 한여름을 학교나 도서관에서 책이랑 씨름하며 보내기 십상이다. 아니면 사회생활 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면서 피곤한 여름을 보내기 마련이고.. 올 여름을 보내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한다. 그래서 가는 여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늦기 전에.... a.m. 11:30 동대구고속터미널은 버스회사노선별로 터미널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버스 타기가 조금 번거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