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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5

변산반도 [2011.6.12]

운전을 하다보면 내 마음대로 어떤 공간 속을 달려 나가는 그 기분이 무척이나 좋지만... 또 그리고 왼쪽 팔꿈치를 차창에 받쳐 머리를 괴고 느긋이 핸들을 돌리는 느낌도 좋지만... 역시 운전은 다른사람이 해주고 나는 조수석에 편안히 다리를 꼬고 삐딱하게 기대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편이 훨씬 좋다. 구름은 없지만 뿌옇게 흐린 날.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들판을 달리자니 방향을 잃어버릴 만큼 몽롱해진다. 사방이 탁 트인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다가 낯선 거리와 도시의 이정표를 따라 달리고 커다란 가로수가 도열한 운치있는 시골길이 나오고 ....그렇게 달린다. 한....3시간 달렸나? .... .... 내소사로 접어드는 전나무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 중 하나란다. 시원시원하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그렇..

감포항, 송대말 등대 [2007.7.15]

[07.7.15] 사실 엄밀히 말해서 7번 국도는 아니었다. 포항에서 경주로 이어진 해안 도로는 31번 국도. 7번 국도의 연장선 상에 있으니 뭐 그냥 같은 도로라고 생각하자. 어차피 서로 이어진 길이니까. 간밤에 손 앞에 논문을 두고도 내 시선은 컴퓨터 모니터에 펼쳐진 등대 사진에 꽉 사로 잡혀있었다. 동해안 지도를 따라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아름다운 등대 사진이 한 장 한 장씩 눈 앞에 튀어나온다. 매번 이런 등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청록의 바닷가에 솟아있는 백색의 등대는 인간의 피조물 중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피조물인 것 같다. 자연에 맞서는 인간의 표상이면서도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역설. 파도와 해풍에 맞서는 극단의 구조물이며 어둠을 뚫고 불을 밝히는 외로운 존재라서 그런지,..

정동진 [2005.8.27]

깜짝 외출 준비물 세가지 다이어리.... MP3 플레이어.... 천경자 수필모음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 ... 저녁 10시......이미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청량리역으로 향한다. 갑작스럽다... 나 자신도 놀랄만큼 갑작스럽게 마음을 먹었다. 뭔가가 내 의지를 집어 삼킨 듯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그냥 이렇게 여름이 가는게 아쉽기도 하고 길고 길었던 방학이 끝나가도록 변변한 바다구경도 못한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렇게 꼭 바다로 가야한다는 의무감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난 바다로 향하고 있다. ... 오늘 아침에 눈을 떴더니 한동안 흐렸던 하늘이 너무 맑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자니 불현 듯 푸른 하늘이 내 눈앞에서 푸른 바다로 변해버렸다. 하늘을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