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일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사흘 감기나 앓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앓고 난 뒤에 조금쯤 퀭하니 커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 있는 일이 그래도 행복한 거라는 기특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게 감기는 늘 휴가였다.
그렇게 아프면서 뿌리가 영글어 가는 식물처럼 키가 자라는 느낌.....
이 감기가 지나가면 나는 또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
- 황주리, '날씨가 너무 좋아요' 중에서
간만에 제법 긴 휴가를 내고 집에 다녀왔는데, 휴가 내내 앓다가 와버렸다.
희한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컨디션이 다시 돌아온다. 기가 막히다.
오랜만의 휴가에 긴장이 풀어졌었는지, 휴가 맞춘다고 일을 몰아서 하는 바람에 피곤했었는지.....
때아닌 한여름 감기에 머리가 지끈거려 휴가다운 휴가도 누리지 못하고 올여름휴가가 날아가 버렸다.
뭐 특별히 어디 갈 요량은 아니었고 그냥 집에서 느긋하게 책이나 보고 논문 꺼리 좀 끄적여 보려 했건만
마음을 그렇게 먹어서 그런지 진짜 완전히 푹 누워 잠만 자다 온 것 같다.
일을 안 하면 아플정도로 일 중독이 된 건가? 그럴 리가..... 훗
좌우지간....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