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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Science

마우스 행동실험 이해 (II) Understanding mouse behavioral experiments (II)

제이우드 || 2023. 4. 8. 15:23

일전에 몇 가지 마우스 행동실험의 기본 개념에 대해 쉽게 정리했던 내용이 

 
행동실험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실험의 목적과 의미를 이해하는데 미흡하나마 조금 보탬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 중 재미난 행동실험 몇 가지를 더 소개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도 행동실험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Nesting behavior
 
 
'둥지nest를 만드는 행동'이라는 뜻인데, 재밌게도 설치류에서는 둥지를 만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신 분들은 들판에 지푸라기나 마른 풀잎이 공처럼 동그랗게 뭉쳐있는 것을 보셨을텐데 바로 들쥐들의 보금자리이지요.
 
이러한 습성은 마우스의 '사회성social behavior'을 가늠하는 척도로 실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동료 마우스들과 협동해서 둥지를 만들고, 또 어린 새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안락한 둥지를 만드는 행동은
 
마우스의 사회적인 행동을 반영하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은 비교적 간단하고 마우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압축솜과 같은 재질의 nesting material을 넣어주면 마우스가 이것을 뜯어내어 마치 새둥지처럼 생긴 형태를 만듭니다.
 
실험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페이퍼 타월 한 장을 넣어줘도 무방합니다.
 
정상적인 마우스라면 예쁜 둥지를 만들겠지요.
 
 
 
Marble burying test
 
마우스의 습성을 이용한 재미있는 실험 중 하나가 또 이 실험입니다.
 
'구슬 파묻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낯선 물체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의 균형을 이용한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우스 케이지 안에 유리 구슬을 놓아두고 얼마간 기다리면 
 
정상적인 마우스는 이 구슬들을 베딩(bedding) 밑으로 파묻기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딱딱하고 동글한 물체를 관찰하고 이리저리 건드려보는 것이지요.
 
낯선 환경과 낯선 대상에 대한 경계와 호기심은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병적인 증세로 판단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경우도 낯선 사람이나 낯선 물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 증세를 보이는데,
 
불안감(anxiety)/우울감(depression) 정도가 높은 마우스도 '구슬 파묻기' 행동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실험 기법이지요.
 
 
 
 
Tail suspension test
 
이 실험은 말 그대로 마우스를 거꾸로 매달아 놓는 방법입니다. 좀 무지막지하지요.
 
지난번 소개시켜드린 FST(Forced swim test)처럼 극단의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의지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거꾸로 매달려 아둥바둥하다가 그냥 힘없이 축 쳐져 있는 상태가 우울감에 빠져 자포자기한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우울감(Depression) 정도가 높은 마우스일수록 좀 더 빨리 자포자기하는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간혹 실험 목적에 따라 마우스가 매달린 상태에서 네 발이 움츠려드는 모양에 대한 특별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Wheel running test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거 보셨나요? 
 
아니면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가 쳇바퀴 안에서 열심히 달리는 건 보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테스트는 주로 일주기(circadian rhythms) 연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우스가 케이지 안에서 쳇바퀴를 돌리는 '시간'과 '거리', '횟수'를 살펴볼 목적으로 수행됩니다.
 
여기서 '시간'이란 실제 바퀴를 돌린 시간을 의미하기 보다
 
하루 24시간 기준으로 언제 활발하게 쳇바퀴를 돌리는지를 의미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즉, '오후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 보다,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마우스가 바퀴를 더 많이 돌렸다'는 식으로 관찰합니다.
 
그리고 마우스가 실제 바퀴 위에서 움직인 '거리'나 바퀴 위에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횟수' 역시 
 
일주기 연구 범위 안에서 마우스의 행동 양태를 해석하는데 정보를 제공합니다.
 
 
실제 마우스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사육장의 조명이 꺼지면 바퀴를 활발하게 돌리기 시작하는데,
 
일주기가 망가진 마우스들은 이런 낮/밤에 따른 일주기 리듬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쳇바퀴를 돌리는 패턴이 불규칙적으로 관찰되지요.
 
일주기 연구의 특성상 wheel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춰진 케이지에서 보통 몇 주 단위로 장기간 실험을 수행합니다.
 
 
 
 
Pre-pulse Inhibition(PPI) test
 
단어가 조금 어렵습니다. 우리말로 '선행자극억제'라고 합니다.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만....
 
놀이동산에 가면 '귀신의 집'이나 '유령의 집'이 있죠?
 
어두컴컴하고 음산한 세트 안에서 '아르바이트 도깨비'를 처음 만나면 흠칫 놀라다가
 
나중에 '아르바이트 처녀귀신'을 만나면 그래도 처음 '도깨비'를 만났을 때 보다는 덜 놀라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
 
비유가 좀 그렇긴 하네요...아무튼
 
이건 외부 감각자극에 우리가 익숙해지고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큰 자극을 받기 전에 약한 자극에 한 번 노출이 되면, 큰 자극만 단독으로 받았을 때보다 우리 몸의 반응이 감소합니다.
 
'감각운동기(sensory-motor gating)'가 자극에 적응하기 때문이지요.
 
 
마우스나 랫드를 이용한 실험에서 해당 동물을 좁은 원통형 케이지에 넣고 
 
소리나 바람(air puff)을 통해 놀래키면 깜짝 놀라 몸을 들썩이게 됩니다(startle). 
 
이 정도를 측정하여 '감각운동기'의 이상을 확인하는 실험이 PPI test입니다.
 
정상적인 마우스는 선행자극으로 약한 자극에 한 번 노출이 되면 이어지는 커다란 자극에 반응하는 정도가
 
커다란 자극만 주어졌을 때보다 감소하게 됩니다.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실험이지만 '감각운동기' 작용을 수반하는 startle 반응은 
 
동물에서 사용되는 실험기법을 사람에게도 같은 원리로 적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실험기법 중 하나입니다.
 
PPI test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연구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사람의 경우 '눈 깜빡거림(eye blinking)'으로 변형시켜 실제 정신질환 진단에 사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Passive avoidance test
 
'수동회피실험'이라고도 하는데 고통스럽거나 불쾌한 자극(aversive stimuli)에 대한 주의력과 기억력을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마우스는 기본적으로 밝은 곳 보다는 어두운 곳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밝은 상자와 어두운 상자를 만들어 놓으면 어두운 상자에 들어가지요.
 
 
하지만 마우스가 어두운 상자에 들어갔을 때 '전기 쇼크shock'를 주면 
 
다음부터는 밝은 상자에 있더라도 어두운 상자로 들어가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밝은 빛보다 더 고통스러운 '전기 쇼크'를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죠.
 
공포 자극이나 고통스러운 자극에 대한 기억과 집중력을 잘 유지하는 마우스는 반복 실험을 해도 어두운 상자에 잘 들어가지 않는 반면,
 
기억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마우스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어두운 상자로 주저없이 들어가게 됩니다.
 
 
 
맺음말(II)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동실험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도 많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힘든 만큼 그 결과가 나왔을 때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더 큰 확신을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수많은 생물학 실험이 궁극적으로는 개체 수준의 생리학적/행동학적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면
 
행동실험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행동실험의 한계 또한 잘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행동실험을 할 때는 언제나 피실험 대상인 마우스에게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합니다.
 
행동실험을 수행하는 연구자의 올바른 '생명 윤리'가 필요한 것이지요.
 
실험 일정을 잘 조절해 마우스가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 해야하고
 
실험의 숙련도를 높여 가능한 최소한의 마우스가 실험에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나 쾌적한 환경에서 마우스가 살 수 있도록 평소에 잘 관리해야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나의 생명체로서 실험에 사용되는 마우스들의 희생을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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