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상)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해변의 카프카』상권. 하루키의 23년 문학 인생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인간의 근원적 명제인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들이 만들어낸 현실의 틈에 자리한 미궁 속에서 끝없이 방황하고 고뇌하며 힘겹게 성장해 가는 열다섯 살 소년의 모습을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하고 있다. 이 소설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열다섯 살 소년과, 어린 시절의 기묘한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출판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2010.08.09
아주 오래전 발표된 소설을 접하는 경우 제법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스포일을 용케 피해내더라도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세간의 수많은 찬사나 비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2000년대 초반 하루키가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지는 중심에 있었던 작품 중 하나도 '해변의 카프카'였지 않을까.
내가 읽어본 하루키의 두 세 작품들은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인데
하루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작품들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 소재와 사건의 전개, 빠지지 않는 음악이야기,
2차 대전 전후의 전쟁 요소, 일본과 유럽이 뒤섞인듯한 배경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는 것 같다.
아마 하루키가 한창 인기몰이를 시작했을 당시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으면 좀 흥미롭게 읽지 않았을까.
지금은 작품에 드러나는 살인, 낭자하는 피, 근친상간, 곳곳에 삽입된 재즈나 클래식 이야기, 선과 악, 존재에 대한 고뇌가 좀 진부하게 읽힌다.
그만큼 하루키의 이야기 패턴이 그간의 작품들로 많이 알려진 탓일 테고
나는 여전히 그의 산만한 이야기가 좀 잘 읽히지가 않는다.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고 얘기하면서도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작품을 읽고, 그리고 다시금 또 불편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