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24. 日
韓國人, 中國人..
간밤에 한국인 배낭여행객이 세 명 더 찾아왔었다.
여자 한 분....
일행인 남자 두 분....이분들은 침대가 없어서 바닥에 메트리스깔고 밤을 보내야만 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라 중국인들이 좀 많았는데 이제는 한국인과 중국인 비율이 거의 1:1 정도 되는 것 같다.
말 붙일 사람이 없어서 좀 심심했는데 잘 됐다....
중국사람들과는 왠지 대화를 이끌어 가기가 좀 힘들어서 말이지...
간밤에 어떤 중국분이 코를 심하게 골아서 다들 심통이 나 있다.
....
둥근 식탁에 둘러 앉아 중국식으로 기다란 나무 젓가락으로만 아침을 먹었다.
다 중국 요리이고 김치가 딱 한 접시 있긴 하지만 뭐 그런대로.....
아침을 먹으면서 서로서로 안면을 익혔다.
중국분이 모두 네 명 있는데 먼저 아침을 먹고 자리를 뜬 두 명은 베이징에서 왔고,
지금 우리랑 같이 밥을 먹고 있는 분들은 대만 출신이란다.
그리고 이분들과 열심히 중국어로 대화하는 한 여자분은 한국분이다... 중국어를 너무 잘 해서 처음에는 중국인인줄 알았다.
그리고 혼자 여행하는 누나 한 명과 인터넷에서 만나 같이 여행하는 형 두 명...
언제나 그렇듯이 서로의 여행이야기로 분위기는 금새 화기애애해졌다.
아침에 이렇게 사람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는 참 오랜만이다.
.....
접시를 다 치우고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중국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저기 잠시만요~"
수첩에다가 내 이름을 한자로 써서 대만분들에게 쑥 내밀었다.
"鄭載勳...이거 중국어로 어떻게 읽어요?"
재밌다는 듯이 내 이름을 보더니 서로 막 웃는다.
'뭐야....남의 이름보고 왜 웃어?'
내가 좀 언짢아하는걸 알아차렸는지 웃음소리가 조금 수그러든다.
"하하...웃어서 미안합니다...발음이 조금 웃겨서...우리는 이름에 이런 한자는 잘 안 쓰거든요..."
"아...그래요...."
"네....이건 이렇게 읽습니다...음...영어로 써드릴게요...
鄭 zhen 載 zai 勳 shun 이건 북경식 발음이고
鄭 deng 載 zai 勳 hun 이건 대만식 발음이에요...
중국어에는 높낮이가 있는거 아시죠....끝을 내려주세요....마지막 勳 shun을 발음할 때는 입술을 닫아주시고요..."
"젠 짜이 쉰 ?"
"한 번 더 해보세요....자 입 모양을 이렇게 마지막엔 붙여 주시고...."
"젠 자이 쉼 .... 흐~ 어렵다"
"좋아요 좋아~"
아까 밥 먹을 때도 같이 있었는데 이 두 대만 친구들은 영 말이 없었다.
중국말을 잘 하는 우리나라 여자분과는 웃고 떠들면서 잘 놀던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잘 안 주더만....
그래도 다행히 한자라는 공통분모 덕분에 이제 겨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
....
내가 중국사람을 직접 접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옆에서 가끔 중국인들을 바라보면 참 놀랍다.....여러모로...
우선 유럽 어느 곳에 가더라도 중국식당이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그만큼 중국인들도 눈에 많이 띄는 것도 놀랍고...
자기들끼리 그렇게 뭉쳐서 커다란 힘을 이루고 있는 점도 놀랍다.
화교권의 놀라운 상술과 광대한 상권이야 정평이 나있는 사실이지만 직접 겪어 보니까 그 위력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변변한 한식집 조차 찾아볼 수 없는 한인들의 영향력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지...
그들의 놀라운 생존력과 무서운 단결력......
그리고 아시아에는 중국밖에 없다는 듯한 그들의 콧대는 내 혀를 내두르게 한다.
...
맞다....
중국인들에게는 특유의 거만함이 있는 것 같다.
옛날부터 그래왔던 그 오만함.....
....
이런 말을 하면 늘 당하고만 살았던 일개 소국의 후손이 느끼는 뼛속깊은 열등감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피식...
아무튼 중국....우리나라...그리고 덧붙여 일본.....
오랫동안 서로 부대끼며 지내온 이 세 나라는 서로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참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
아주 극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지만...
유럽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made in China'가 싸구려라는 우리나라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은 유럽 현지인들이 'Are you Chinese?'라고 물어보면 얼굴을 붉히면서 정색을 하면서도
'Are you Japanese?'라고 물어봐주면 언짢아 하면서도 은근히 만족해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시각에 중국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대국일뿐이며
일본은 얄밉지만 어떤 면에서는 부럽고 우리가 동일시 하고픈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주객의 대상이 바뀌게 되는 날도 있을 거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모두 부러워할 수도 있고...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
....
중국 본토인과 자기들을 같은 중국인으로 취급하지 말아 달라는 이 대만 친구들의 말을 듣고
문득 같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한,중,일 3국의 현실을 한 번 생각해 봤다.
역사란 참 묘하다.
베네치아....물이 샌다..
산타루치아역에서 내일 피렌체로 가는 열차 시간도 알아보고 2.50유로짜리 베네치아 지도도 샀다.
베네치아 지도는 다른 지도보다 훨씬 이뻐서 기념품으로 하나 샀지....
....
바포레토를 타고 리알토 부근에 내려 다시 미로같은 베네치아의 골목을 지나
비둘기가 넘쳐나는 산 마르코 광장에 이르렀다.
흐릿한 하늘과 잿빛의 비둘기떼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회색의 베네치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베네치아는 늘 이렇게 뿌옇게 흐려있는지...
......
오늘은 어제 저녁에 도착한 형 둘과 누나 한 명이 동행을 했다.
가끔은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과의 데이트도 해볼만 한 것 같다.
느낌도 새롭고....처음 만났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한 경우도 있고....
원래 여행이 가져다주는 가장 큰 선물중의 하나가 바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아닐까.
오늘따라 하늘이 잔뜩 찌푸린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산 마르코 대성당 앞으로 사람들이 좁은 널빤지 위를 개미처럼 줄줄이 걸어다니고 있다.
뭔가 싶어서 다가가 봤는데
.....아니 이게 왠일인가?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곳이 발목이 거의 잠길만큼 물이 제법 흥건하게 들어차있다.
하늘이 좀 흐렸기로소니....
어떻게 하루아침에 멀쩡하던 길바닥 위로 이렇게 물이 들어찰 수가 있단 말인가?
맨홀 위로도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올라오면서 정체불명의 물이 고여있다.
새벽에 비가 왔었나?
아침에 나올 때 비가 온 것 같지는 않았는데....
왔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바닥에서 물이 역류되면 어쩌란 말인지...
가끔 해외토픽 뉴스에서 물에 잠긴 베네치아의 모습을 보곤 했었는데
사태가 이만큼 빈번 할 줄은 몰랐다.
베네치아 사람들도 많이 불편하고 걱정스러울텐데...
자기 집이 점점 물에 잠긴다면 어느 누가 마음이 편할까?
길거리에 군데군데 놓여 있는 널빤지와 쇠받침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물이 차면 저 쇠받침을 놓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걸어다녀야 할정도로
베네치아의 침수는 상습적이고 심각한가보다.
과연 언제까지 베네치아가 아름다운 수상도시로 남아있을지 짐짓 걱정스럽다.
잠기면 안 되는데....
walking in the road...
산 마르코 광장을 벗어나 다시 베네치아의 미로 속으로....
....
책에서 봤는데 서양 사회에서 뱀은 '재생'의 상징이라고 한다.
허물을 벗고 탈피하는 뱀의 모습이 고대 그리스인에게는 꽤나 신비롭게 느껴졌나보다.
낡은 피부를 벗겨내고 새로운 피부를 만들어내는 뱀은, 그래서 치료나 약물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서양의 약국에는 이렇게 뱀 문양이 새겨진 곳이 많은데
약국뿐만 아니라 병원에도 이런 뱀 문양을 자주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뱀 문양을 봤었다.
성서에서 이브를 유혹하던 그 뱀이 다른 한편에서는 치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병주고 약준다는 소리인가? 피식...
.....
좁은 골목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는데 문득 어색한 건물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갸웃....기우뚱....
"어...저거 기울었다...."
"어라 그러네....'"
모두들 건물을 바라보고 고개를 옆으로 젖혔다.
베네치아에 기울어진 건물이 있다는 소리는 못들어봤는데 희한하게도 삐딱한 종탑이 하나 서 있다.
'뭘까...꽤 많이 기울어졌는데.....피사의 사탑같다. 후후'
워낙 지반이 약해서 저렇게 기울어졌나본데 저러다가 확 무너져 버릴 것같아 보기에 아슬아슬하다.
....
....
작은 공터 한쪽에서 한 꼬마가 아버지랑 고무 공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버지가 참 자상해 보이네....
꼬마가 멀리 차 버린 공도 아버지는 허허 웃으며 달려가 꼬마에게 살짝 던져 준다.
참 이쁜 풍경이다....
'나도 어렸을적에 아버지랑 저렇게 놀았었지.....'
꼬마를 보고 있자니 그냥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좁은 공터 안을 낭랑하게 울리고 있다.
....
어제 한 번 왔던 길에 들어서니까 돌아다니기가 훨씬 수월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제 베네치아의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 쪽 가면 산 마르코 광장이 나오고 산 마르코 광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아카데미아고....'
작은 선물 상자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마냥,
베네치아에서는 모퉁이 모퉁이를 돌아 골목을 거니는 것도 참 재밌는 일인 것같다.
다시 어제처럼 아카데미아 앞에 이르렀다.
이제 겨우 12시.....
천천히 걷다보면 시간이 참 많이 흐른 것같지만 의외로 사람의 발걸음은 참 빠른모양이다.
제법 많이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안 흘렀다.
....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관람을 할지 잠시 고민...
혼자 왔다면 지체없이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을테지만 동행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미술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나보다.
다들 로마에서 오는 길이라 미술관에 질렸단다.....후후
자기들은 상관하지 말고 들어가서 보고 나오라는데 솔직히 나도 그렇게 간절하지는 않으니....
뭐 피렌체에 가면 우피치 미술관에 가볼 생각이니까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남겨두고 떠나야겠다.
대신 좀 더 베네치아적인 무언가를 찾아봐야지....
....
....
아카데미아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리도섬에 가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무슨 마라톤 대회가 열려서 바포레토 노선이 변해 버렸다.
'베네치아에서 왠 마라톤 대회야....'
아무튼 리도섬에 가려면 다시 산 마르코 광장 앞에 있는 바포레토 정류소까지 가야된단다.
할 수 없지...
이왕 이렇게 된거 점심이나 먹고 갑시다~
Pizza..
곤돌라들이 한 가득 몰려있는 좁은 운하를 따라 걸었다.
마치 택시들이 줄줄이 늘어서 손님을 태우는 것마냥,
막다른 운하에서 곤돌라가 차례차례 손님을 태우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이 참 이채롭다.
....
잠시 맥도날드에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좁은 맥도날드 매장 안에 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허긴 변변한 공중화장실 하나 보이지 않는 베네치아에서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맥도날드에 사람이 많은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
맥도날드를 빠져나와
흑인들이 좌판을 벌려놓은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끝에 작은 피자집에 들어갔다.
베네치아의 물가가 의외로 높아서 그나마 좀 저렴한 곳을 찾느라 꽤 많이 헤맨 것같다.
흐흐....아무튼 드디어 이탈리아 피자를 먹는거야?
사람이 4명이라 다 다른 메뉴를 시켰다.
동행이 많으면 역시 밥먹을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이것저것 다 먹어볼 수 있으니까...후후
.....
처음 나온 음식은 '토텔리니'
파스타의 한 종류인 것 같은데 토마토 소스랑 치즈가루가 뿌려져있어 고소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4명이서 순식간에 토텔리니 한 접시를 비웠다.
양이 좀 작다.....푸훗
자~ 이제 본격적으로 피자를 먹을 시간이다.
피자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갓구운 피자를 먹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먹다니~ 음하하
역사적인 그 스타트를 끊은 피자는 '햄 피자'...
별다른 토핑 없이 햄이랑 치즈, 토마토 소스, 양파, 피망 정도가 들어간 가벼운 피자다.
피자 반죽이 정말 얇아서 바삭바삭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음.... 특이한데....'
연이어 우리가 주문한 피자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피자가 모두 세 판이다.....우와...
이번에는 '새우 피자'.
피자 위에 새우랑 야채가 많이 올려져 있는 피자다.
피자와 새우.....서로 잘 안 맞는 조합같지만 이거 의외로 맛이 아주 좋다.
'햄 피자'가 좀 밋밋한 맛인 반면에 이건 새우 살이 씹히는게 맛이 아주 진하다.
피자와 새우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인지는 몰랐는데~
마지막으로 '버섯 피자'~
피자와 송이버섯의 만남....
버섯이 들어 있어 버섯 향이 향긋하게 배어오는 깔끔한 맛의 피자다.
역시 바삭바삭한 피자 빵과 함께 먹는 버섯의 맛이 참 색다르다.
피자 세 판을 깨끗이 다 비우고 모두다 행복한 표정으로 불룩한 배를 두드렸다.
음....이탈리아 피자는 우리가 평소에 먹던 한국식 피자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우선 피자 반죽이 우리나라 피자의 1/3정도로 얇고 크기도 아담하게 작은 편이다.
피자 빵이 약간 바삭바삭해서 많이 먹어도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대신 위에 얹는 토핑의 종류가 다양해서 토핑에 따라 아주 색다른 맛을 만들어 내는 것같다.
새우를 얹으면 새우 피자....버섯을 얹으면 버섯 피자....베이컨을 얹으면 베이컨 피자....
아무튼 피자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먹는 피자라 그런지 훨씬 더 맛있는 것 같다.
'아~ 배불러....'
리도 섬으로...
피자를 먹고 나오자 하늘이 좀 맑아진 것 같다.
배도 부르고....날씨도 맑고....
바포레토를 타러 다시 천천히 산 마르코 광장을 가로질렀다.
'탄식의 다리'...
좁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두칼레 궁과 감옥을 이어주는 유명한 다리다.
죄수들이 저 다리를 지나 감옥으로 들어갈 때 다리에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탄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그 밑으로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만 유유히 떠다닐 뿐......
....
두칼레 궁 앞으로 마라톤 코스가 이어져 있다.
풍선을 달고 열심히 뛰는 할아버지.....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발상이 참 특이하다.
육지가 되고픈 베네치아의 소망을 표현한걸까? 훗
....
바포레토 정류소.....
리도 섬에 가려면 여기서 51번 바포레토를 타고 가야된다.
....
물결의 리듬을 타고 살금살금 흔들리는 정류소에 앉아 있자니
잠시 뒤 바포레토가 출렁출렁 다가와 말뚝에 밧줄을 묶었다.
"리도~ 리도~"
잘 생긴 차장 아저씨의 외침에 우리는 냅다 바포레토에 올라타 제일 뒤 고물 쪽에 자리를 잡았다.
바포레토는 개방된 앞좌석이랑 제일 뒤 고물쪽 전망이 제일 좋다.
그래서 이 두 자리는 사람들이 기회만 되면 서로 앉으려고 항상 기웃거리는 곳이기도 하고....
....
용케도 명당을 차지해 다들 기분이 좋은가보다.
"그르릉~~"
바포레토가 한 번 용을 쓰더니 하얀 거품을 뿌리며 앞으로 달려갔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참 상쾌하다....
뭍에는 여전히 마라톤 코스를 따라 사람들이 몰려있고...
정박한 보트들이 해안선을 따라 줄줄이 늘어서 있다.
마치 천천히 슬라이드를 돌리는 것처럼 눈앞으로 지나가는 베네치아의 풍경들....
다른 정류소에서 손님을 더 태운 바포레토는
이제 고물에 걸린 깃발을 나부끼며 옥색의 아드리아해 한 가운데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더 시원해지고...
"와~ 너무 좋다~"는 누나의 감탄사처럼.....
맑은 햇살에 반짝이는 아드리아해 위를 달리며 바라본 베네치아의 풍경은 정말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그것도 아주 잘 그린 수채화말이다.
부서지는 물결....
신선한 바다 냄새....
몽환적인 베네치아의 풍경....
너무나 신비로운 꿈속의 세상처럼....
일렁이는 아드리아해 위에 떠있는 베네치아의 모습은 마치 우리에게 최면을 거는 듯하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바포레토의 난간에 기대어 한 없이 베네치아를 바라본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가 베네치아의 풍경이 아닐까....
.....
.....
다음에 베네치아로 여행가는 사람을 만나면 꼭 바포레토 뒷좌석에 앉아서 리도 섬에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신비스런 풍경을 보게 될테니.....
....
취해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모습을 보게 될테니.....
....
....
....
넘실대는 아드리아해의 모습에 한참 취해있자니..
어느새 바포레토가 속력을 줄이고 천천히 타원을 그리며 선착장에 들어선다.
"리도~ 쁘레고 리도~"
....
Lido
리도...베니스 영화제로 유명한 섬.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섬.....
리도 섬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이게 전부다.
그런데 바포레토에서 내려서는 순간 베네치아와는 너무 다른 리도의 분위기에 잠시 멈칫거렸다.
눈앞에 쭉 뻗은 대로와 버스, 승용차.....심지어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커다란 가로수와 녹색의 정원을 갖춘 고급스런 저택들......
여느 동네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비록 단 하루였지만 습기찬 좁은 운하와 빽빽한 집들이 가득한 베네치아에 모습에 익숙해진 내 눈은
한산하고 고급스러운 리도섬의 풍경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참.....이렇게 다를 수가.....'
해변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날씨도 좋고 해서 그냥 천천히 걷기로 했다.
마침 아이스크림 가게가 눈에 띄길래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들고서.....
....
원래 아이스크림의 원산지가 이탈리아라지 아마?
그래서 그런지 베네치아로 넘어온 이후로 유난히 아이스크림 가게를 많이 본 것같다.
'후후.....그러고 보면 이탈리아에도 맛있는게 참 많단 말이야...'
오늘은 딸기랑 레몬맛 아이스크림.....
어제는 콘에 얹어서 먹었는데 오늘은 컵에 담아달라고 주문했다.
원래 콘으로 먹는게 양이 좀 더 많긴 한데, 콘으로 먹으니까 한참 먹다보면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손으로 줄줄 흘러내리더라고...
오늘은 깔끔하게 스푼으로 떠 먹어야지....
....
아침에는 약간 흐렸던 하늘이 지금은 아주 맑아졌다.
리도의 거리는 마치 영국이나 독일의 어느 주택가 같은 느낌이 든다.
주차된 자그마한 차들과 잔디 정원이 딸린 예쁜 집....
'베네치아의 휴양지'라 그런지 리도는 참 깨끗하고 예쁜 섬인 것 같다.
....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살짝살짝 입 맞춰가며 걷는 사이에
어느덧 리도의 아름다운 해변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나란히 걷던 형들과 누나의 다급한 외침도 흘러 나왔다.
"어어...휴지! 휴지!....아이스크림 다 흘러 내린다~"
리도 비치
'유후~ 바다다~~'
다들 너 나 할 것 없이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선까지 다가가
끊임없이 부서지고 채워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아드리아해의 부드러운 수평선과 마주 섰다.
'하아......좋다....'
고운 모래가 해변 가득히 곱게 깔려있고
잔잔한 파도가 바람에 실려 살랑거리는 한적함....
이런게 10월 말 늦가을 아드리아해의 운치인가....
가을 바다라 그런지 이 넓은 해변에 사람은 점점이 눈에 띌 뿐이다.
....
맨발로 조개 껍질을 줍는 예쁜 꼬마 숙녀만큼 순수하진 않지만
바다는 잠시나마 나를 어린시절 순수한 소년으로 되돌렸나보다.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에 쭈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콕 찍어 먹었다.
왜?.....
문득 여기 바다도 우리 바다처럼 짠지 알고 싶어서...
왠지 모르겠지만......그냥 그러고 싶었다.
....
먹어 보니....
우리나라 바다만큼 짜지는 않지만.....역시나 짜다....후후
서로 카메라를 부탁하며 드넓은 해변을 배경으로 열심히 인물사진도 찍는다.
얼굴을 감싸는 시원한 바다바람 때문에 표정관리하기가 영 힘들다.....
햇살이 안개에 부딪쳐 뿌옇게 흐린 하늘 밑에
그만큼 빛바랜 사람들이 해변을 점점이 수 놓고 있다.
....
바다란....
해변이란....
우리에게 언제나 편안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 같다.
부서지고 채워지는 파도를 보고 있자면
가슴 속의 그 무엇이 파도에 휩쓸려 저 넓은 바다로 떠내려 가는 듯...
아니 때로는 또 다른 무언가가 그 파도에 실려 내 안의 깊숙한 그 어느곳으로 몰려드는 것만 같다.
....
..
"여자 친구 없어? 너도 친구 이름 만들어봐~ "
조개 껍질로 모래사장에 친구 이름이랑 하트 모양을 새기는 형들과 누나가
옆에서 어정쩡하게 서서 지켜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자꾸 부추긴다.
"됐어요~ 애들도 아니고..."
나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고 작은 조개 껍질로 열심히 수작업을 하고 있는 형들과 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나도 누군가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려 봤지만....
내 조개 껍질들은 허공만 맴돌 뿐이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간의 관계가 이렇게 피상적이었다니...
...
조금은 ....슬프고.....조금은 ....그립다.
...
작게 부서진 조개 껍데기...
기억의 파편들....
시간의 흔적들....
"이렇게 멋진 해변이 있을줄은 몰랐어..."
"그러게요..."
"안 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야...."
"그래...우리 바포레토 티켓 하나로 완전히 본전 빼겠는데...."
"우리 밤에 바포레토 타고 베네치아 야경 구경 할까요?"
"와~ 정말....너무 멋있겠다....우리 그렇게 해요~"
.....
....
리도 비치의 고운 모래에 우리의 발자국을 총총히 만들며
해변을 떠나는 우리의 아쉬움도 아드리아해의 잔잔한 파도에 실어 보냈다.
해변을 벗어나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아름다운 리도 비치를 바라봤다.
'안녕....잘 있어...'
무라노 섬..
다시 51번 바포레토를 타고 가 'Nova'라는 곳에 내려
바포레토 41번으로 갈아 타고 무라노 섬으로 향했다.
선글라스를 낀 잘 생긴 선장 아저씨가 운전하는 바포레토는 포말을 날리며 제법 빠르게 달려갔다.
"우~ 후아~"
이번에는 모두 바포레토 뱃머리에 서서 아드리아해의 시원한 바람을 온 몸 가득히 껴안았다.
고개를 한 껏 내밀어도 보고..
가슴 가득히 아드리아해의 공기를 담아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
...
다시 바다 위로 낮게 안개가 드리우고...얼마쯤 달렸을까? 10분? 15분?
마치 도로 위의 차선처럼 바다를 가로질러 박혀있는 나무 말뚝을 따라 바포레토가 천천히 무라노 섬으로 다가 섰다.
역시나 어김없이 들리는 차장의 외침..
"무라~노....무라~노...."
고급스러운 리도의 분위기와 달리 무라노 섬의 공기는 베네치아의 그것과 아주 닮아 있다.
다소 침울하고....다소 축축한 그 느낌 말이다.
유리 공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이는 호객꾼의 외침을 뒤로 하고
무라노 섬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걸었다.
그 유명한 무라노 섬의 유리 세공 상점들이 바로 이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다.
좁은 운하를 따라 가는 무라노의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하고 소박했다.
간간히 운하를 따라 지나가는 작은 보트와 어디선가 들리는 아련한 소음만 있을 뿐이다.
그 명성에 비해서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지는 않은가 보다.
아니면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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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들의 쇼윈도를 천천히 걷던 중
마치 진짜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뽑힌 '유리 거미줄'에
마디마디가 뚜렷한 '유리 잠자리'가 걸려있는 멋진 작품이 눈에 띄였다.
"야....이걸 어떻게 만들었냐..."
"호오....고것 참...."
손만 대면 툭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가느다란 유리 섬유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는게...
당장 눈 앞에서 헝클어져 버릴 것 같다.
짠~ 이 맛있어 보이는 사탕은?........어라 이것도 유리다.
사탕도 유리고 사탕을 예쁘게 싸고 있는 알록달록한 포장지도 모두 유리로 된 '유리 사탕'이다.
색깔이 참 이쁘다....가짜 사탕치고는 너무 맛있게 생겼다....후후
여기서는 유리로 못 만드는게 없는가 보다.
빨간 체리도 만들고.... 예쁜 꽃도 만들고....나비도 만들고 돌고래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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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색색의 물감이 퍼지듯이 아름다운 색깔 옷을 입은 투박하지만 산뜻한 모양의 이 것은 유리로 만든 '반지'다.
특이하지.....
손가락에 살짝 한 번 껴보니까 두툼한 유리의 질감이 썩 나쁘진 않다.
'흠..이쁜데....기념으로 몇 개 사 갈까?'
근데 가격이 7유로...생각보다 쬐금 비싸다. 쩝...
아무튼 이걸 끼면 손놀림을 참 조심해야겠다.
잘못하다가 어디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떻해.....깨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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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쁜 것도 많고....사고 싶은 것도 많고....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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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지만 그 뿐이다.
다시 베네치아....
아기자기하고 예쁜 유리 세공품 구경에도 슬슬 질릴 때쯤 해서 다시 베네치아로 돌아가는 바포레토에 몸을 실었다.
돌아가는 바포레토 위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해가 많이 기울었네...'
여전히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지나 다시 산타루치아 역에 내려섰다.
"우와....오늘 우리 진짜 일일권 본전 뺐다"
"하하...그러게요...바포레토만 타도 재밌네요..."
"그지? 어우~ 나도 너무 좋더라..."
일단 사람들로 북적이는 산타루치아 역 앞을 지나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고.....점심 때 먹은 피자가 아직 소화가 덜 됐는지 배도 별로 안 고프고...
잠시 숙소에서 한 숨 돌리다가 저녁때쯤 나와서 저녁 먹고 다시 바포레토 타고 베네치아 야경을 둘러 보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몇 시간 남지 않은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시 베네치아는 이렇게 활기찬 모습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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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서 '라이언 에어' 항공편을 알아 봤다.
누나는 나랑 반대로 로마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길이라 베네치아를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를 떠나 독일로 갈 참인데
유레일 패스가 없어서 기차를 타고 갈지 비행기를 타고 갈지 지금 가격을 비교해 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유레일 패스가 있다면야 아무 문제 없지만 유레일 패스가 없으면 유럽의 기차 요금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라이언 에어'라는 저가 항공편을 이용하면 오히려 기차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를 이동 할 수 있단다.
요즘에는 이 항공사가 꽤나 잘 알려져서 우리나라 배낭여행객들도 많이 이용한다던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나도 한 번 타 볼란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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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buger...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우리는 다시 거리로 걸어 나왔다.
저녁은 뭘 먹을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가 산타루치아 역 근처에 있는 Brek이라는 셀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어제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빵을 사 먹었던 그 곳이 알고 보니 셀프 레스토랑이었네.....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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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선택의 문제는 곤혹스럽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서도 한 참 만에야 메뉴를 선택했다.
파스타랑 햄버거 스테이크.....샐러드.....
끓는 물에는 파스타가 익어가고....철판 위에서는 여러 가지 고기들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다.
종업원 아가씨가 자그마하니 참 야무지게 생겼다.
사람들의 쏟아지는 주문에도 능숙하게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이탈리아 여성 특유의 억척스러움이 뭍어 나는 것 같다.
"함부~ 겔~"
"......"
"쁘레고, 함부~ 겔~ "
"......"
"함~ 부~ 겔~!!"
"앗...네네...여기요..."
"쁘레고~"
잠시 딴 생각 하는 사이에 '함부~겔' 하고 외치는 종업원 아가씨를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함부~겔'........'Hambuger'를 이탈리아어로 읽으면 '함부~겔'이 되잖아...
햄버거 스테이크를 시켰으니 당연히 이 아가씨가 '햄버거~'하고 외칠 줄 알았는데
여기가 이탈리아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예쁘장한 그 아가씨가 살짝 째려본다. 헤헤
햄버거가 함부게라니....우리가 너무 영어에만 익숙해진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는 영어 말고도 참 많은 언어가 있는데도 말이다.
'함부~게...함부~게...재밌네...'
.......
.......
맛있게 저녁을 먹고서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제는 까만 하늘에 나트륨 불빛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여전히 활기찬 거리....
베네치아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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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포레토를 타러 가던 중에
"우리 와인 한 잔씩 할래요?'
라는 누군가의 제안에 모두들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주머니에 있던 쌈짓돈을 모아 노점에서 파는 싸구려 6유로짜리 포도주 한 병을 샀다.
"이럴줄 알고 이 형이 아까 레스토랑에서 종이컵 몇 개 들고 왔잖아...."
"와아~"
그렇게 우리는 종이컵 네 개와 싸구려 포도주 한 병을 들고서 82번 바포레토에 몸을 실었다.
저녁이라 손님이 별로 없다...
우리는 바포레토 제일 뒤 고물쪽 좌석에 둥그렇게 둘러 앉았고 이내 바포레토는 밤하늘 만큼 어두운 까만 운하를 따라 유유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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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베네치아의 밤하늘 만큼 아름답다...
하늘도 까맣고...
바다도 까맣다...
베네치아를 천천히 바깥으로 우회하는 바포레토의 뒷좌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밝음보다는 어둠이 많은 것 같다.
까만 먹물 위에 일렁거리는 반짝이는 실루엣처럼, 베네치아의 불빛이 하늘과 바다의 어둠 사이에서 빛나고 있다.
그리고 다들 말이 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베네치아의 밤을 바라보고 있다.
....
"다른 사람은 베네치아에 가면 별 볼 것도 없다던데.....오늘 너무 좋다.."
"그죠?....참 좋네요...."
조명을 받아 신비롭게 빛나는 운하와 건물들이 우리의 배경이 되어주고
은은한 달빛이 비춰주는 바포레토 뒷자리에서 우리는 싸구려 포도주를 종이컵에 따라들고 축배를 들었다.
"아마 바포레토 위에서 베네치아의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신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거에요~"
"하하~ 그래 오늘 정말 멋지다~"
"오늘 밤은 정말 못 잊을 것 같아요..."
"자~ 건배~"
"이야~~"
비록 6유로짜리 싸구려 포도주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종이컵에 담긴 이 포도주는
세상에서 가장 향긋하고 낭만적인 와인이 아닐까......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밤과 우리의 추억이 녹아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와인 말이다.
.....
.....
어느덧 바포레토는 우리를 산마르코 광장에 내려 놓았고
우리는 아직 절반이 남은 포도주 병을 들고 다시 베네치아의 골목을 거닐었다.
걷다 보니 우연히 탄식의 다리 앞에 서게 된 우리들...
탄식의 다리를 앞에 두고 계단에 걸터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이런얘기 저런얘기...
여행이야기....
학교이야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76년생과 77년생과 79년생과 그리고 81년생의 젊음이 가지는 그 무엇들....
낭만에 젖어들면 다들 착해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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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행 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건 참 행운인 것 같다.
인연이란 그래서 참 묘한 것이고...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한 누나와 형들이 문득 고맙게 느껴진다.
우리 넷의 가슴 속에 베네치아의 오늘 밤은 아마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거다.
아주 오랫동안.....
내일은 아침 일찍 피렌체로 떠나야 된다.
모든게 꿈만같다.
밤차를 타고 비몽사몽 도착했던 어제 아침부터... 탄식의 다리 앞에 걸터 앉아 있는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마치 꿈만 같다.
유난히도 아쉽고 서운한.... 그리고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