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 사람

끄적끄적

자세히보기

여행 旅行/미국 USA 여기저기

Chicago out [2009.10.16 - 23]

제이우드 || 2023. 6. 5. 16:01

SCENE #31. O'Hare International Airport


새벽 4시에 일어나 비몽사몽 공항에 도착해 수속 밟고 탑승구에 앉으니 이제 아침 7시쯤.

일찍 서두른 덕분에 8시 40분 비행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직 새벽의 냉랭한 공기가 남아 있기 때문인지 어쩐일로 잠이 쉽게 깨버렸다.

조금 한산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공항을 깨우는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베이글 가게에서 오렌지 쥬스 하나랑 차가운 베이글 하나를 샀다.

탑승 게이트 앞에서 먹으려고 뜯다보니 베이글은 따뜻하게 데워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




암만 먹어봐도 베이글보단 그냥 식빵이 더 나은 것 같다. 후후.

....




우걱우걱 베이글을 뜯으면서 전광판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머리가 띵하다.

샌프란시스코까지 4시간 반.....거기서 갈아타고 또......으메...

머리가 저절로 절레절레 흔들린다.


돌아가긴 가야겠는데, 비행기에 내도록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 온 몸이 쑤시는 기분이다.

....




...




이륙 시간이 가까워지니 빗방울이 가늘게 흩날린다.

아까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창 밖에 맺힌 빗방울이 떠나는 기분을 한 껏 더 부추긴다.


Thursday October 22
Flight 149
O'Hare Chicago


아침 8시 40분.

비행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시카고를 박차올라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간다.

....



SCENE #32 Good bye U.S.A


탄산음료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얼음잔에 부어 마시는 스프라이트가 기내에서 마시기엔 의외로 괜찮은 듯 하다.

커피도 마셔보고, 쥬스도 마셔보고, 작은 병에 나오는 와인도 마셔봤는데

답답한 기내에서는 약한 탄산음료가 오히려 나은 것 같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스프라이트만 두 캔 홀짝 홀짝 들이키며 이것 저것 하다보니 샌프란시스코까진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활주로에 비행기를 거의 내던진 듯한 랜딩 솜씨를 선 보인 기장. 

내 비행 역사상 가장 화끈한 랜딩이었다. 후후




점심은 튀김 우동과 초밥 도시락 세트.

20$가격이 좀 부담스럽지만, 기름기 빠진 음식이 그리워 남은 잔돈 다 긁어모았다.

나름 바닷가라 그런지 통통한 생선 살이 의외로 훌륭한 초밥이다. 홍홍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면세점 구경도 하고 비행기 구경도 하다보니 이제 마지막 비행기에 오를 시간이다.
 



마침내 6일간의 학회 참여 겸 시카고 여정도 어김없이 끝자락에 이르렀다.

탑승동으로 향하는 무빙워커 위에서 바라 본 넓은 활주로를 날아 오르면, 내겐 다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은 들지만 짧았던 시간이 아쉽지는 않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정이었고,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 많으니 돌아가는 마음은 흡족하다.

뭐랄까.....내가 조금 더 큰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이며, 내 위치가 우리 분야에서 어느 정도 되는지 알게 된게 가장 큰 수확인 것 같고

덤으로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조금 알고 간다는게 또 다른 수확인 것 같다.


애써 시차적응 했는데....

아마 돌아가면 또 한 동안 새벽 잠을 뒤척일 것 같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또 일상을 영위해 나갈테지만, 종종 지금의 기억을 되짚으며 혼자 웃음 지을 일이 많을 것 같다.




Thank you for everyone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