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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대한제국공사관 Old Korean Legation

제이우드 || 2023. 5. 26. 21:36
워싱턴DC 로건 서클 Logan Circle에 있는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최근에 복원 개방되었지요.
 
예전에 공중파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도 흥미롭게 봤고, 
 
간간이 복원 소식을 접하던터라 한 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듀폰 서클 Dupont Circle 메트로에서 내려 P Street NW 거리를 따라
 
느린 걸음으로 20여분 정도 직진하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로건 서클 Logan Circle 지역은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 역사지구로 지정된 곳입니다.
 
백악관에서 그리 멀지 않고, 듀폰 서클 Dupont Circle의 외교관 청사 지역과 나란히 있어
 
예전부터 워싱턴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지역은 건물이나 거리 구획이 크게 바뀌지 않아, 지금까지도 100여년 전 모습을 많이 담고 있지요.
 
로건 서클에서 13번가 노스웨스트 13th Street NW로 돌아나가는 모퉁이에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있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런 3층 건물이네요.
 
보수를 했겠지만 1877년 지어진 당시 외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높이 게양된 태극기와도 산뜻하게 잘 어울려보입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 Old Korean Legation
 
공사관 정문 옆에 걸린 현판을 쳐다 보니 조금 뭉클 합니다.
 
이 현판을 다시 거는데 113년이 걸렸네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태극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모습은 미디어에 여러번 소개된 흑백 사진으로 제법 익숙한 구도이지요.
 
<이미지 출처: 국외소재문화재단>
 
공사관 복원에 큰 역할을 한 이 흑백사진은 
 
워싱턴 일간지에 아시아 3국인 청나라, 일본, 조선의 공사관을 시리즈로 소개하는 기사에 실린 사진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카메라가 매우 커다란 기기였기 때문에 공사관에 들어오자 마자 입구에 놓고 찍었다고 합니다.
 
입구에 카메라를 놓고 오른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 태극기가 걸린 이 사진입니다. 
 
 
식당 食堂
 
태극기가 걸린 바로 옆방은 '식당'으로 쓰던 공간입니다. 
 
큰 거울과 긴 테이블이 놓여 널찍해 보입니다. 
 
한쪽 찬장에 정갈하게 놓인 도자기 그릇들도 보이네요.
 
19세기 당시 공사관 사람들은 주로 뭘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요즘과 달리 한식재료를 구하기 힘들었을테니 한식은 많이 먹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만
 
자료가 남아 있다면 그런 부분도 설명이 되어 있으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객당 客堂
 
<이미지 출처: 국외소재문화재단>
 
식당과 마주한 이곳 역시 흑백사진으로 익히 보던 공간인데,
 
바로 공사관을 찾아온 손님들을 맞던 '객당'입니다.
 
입구에 카메라를 놓고 왼쪽을 보고 찍으면 딱 이 모습입니다.
 
자수 병풍이며, 커다란 청화백자 도자기와 소파 위 쿠션까지 
 
중요한 외교 손님들을 맞이하던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화려한 곳입니다.
 
대체적으로 서양식 로비 공간에 한국식 소품들이 어우러져 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상당히 이국적이었을 듯 합니다.
 
옆에서 설명해 주신 해설사님 말씀에 따르면, 복원하면서 사진 속 모습을 최대한 잘 재현 하기 위해
 
자수 병풍을 포함해 모든 소품들을 한국에서 최대한 똑같이 만들어 왔고,
 
벽지도 영국 회사에 특별 주문해 들여온 것이라고 합니다.
 
벽에 걸린 지금의 그림은 흑백사진 속 그림을 그린 화가의 다른 그림을 구입해 걸어 두었다네요.
 
그만큼 복원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정당 正堂
 
일층 가장 안쪽 방인 '정당'은 고종의 어진을 놓고 예를 올리던 공간이랍니다.
 
다시금 그때가 왕조 국가였다는 사실이 상기됩니다.
 
이역만리 떨어진 타국에서 본국의 왕을 사진으로 대하던 당시 조선왕조의 신하들, 공관원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저 어진을 향해 절을 했을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아주 넓은 대저택은 아니지만
 
층당 4개의 방이 있고 천장도 높아 공간은 꽤 여유로워 보입니다.
 
각 층은 건물 가운데 있는 계단을 따라 연결됩니다.   
 
 
공사 집무실
 
2층은 주로 공사 업무를 보던 공간입니다.
 
계단을 올라오자 마자 만나는 방이 '공사 집무실'입니다.
 
서양식 벽난로가 놓인 방에 서양식 책상이 있고
 
그 책상 위에는 붓, 벼루, 연적, 서진이 놓여 있으니 분위기가 이색적입니다.
 
당시 '전권공사'의 주된 업무는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보이고자 하는 외교 활동이었겠지만,
 
당시 본국인 조선과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서 서신을 교환하는데 거의 2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철도로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증기선을 타고 하와이 호눌룰루를 거쳐 요코하마나 나가사키까지, 거기서 다시 조선까지.
 
그 엄청난 거리만큼 외로움과 기다림과 고뇌의 시간이 깊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공사 침실
 
공사 부부 관저가 따로 있지 않고 공사 집무실 바로 옆에 있습니다. 재택 근무를 하셨군요.
 
공사관에는 20여명 정도의 공관원이 근무했는데
 
일반 공관원은 3층에 방을 두고 생활했다고 합니다.
 
당시 공사관에 화재가 발생해 복구 비용을 본국인 조선에 보고한 문서가 규장각에 남아 있는데
 
그 문서에 기록된 집기 목록과 첨부한 영수증 내역이 사진과 도면 자료가 부실한 2층과 3층 복구에 많은 참고가 되었다고 하네요.
 
공사 침실은 당시 미국 사회에 유행했던 침실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고합니다.
 
기회가 되면 공사 부인들의 생활상에 대한 소개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욕실
 
공사 침실 옆에는 19세기 당시 미국 주류 사회층이 사용하던 욕실도 있습니다.
 
거울이 달린 세면대와 대나무 가림막이 있는 아늑한 욕조를 보니 여느 엔틱 호텔같은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수도꼭지와 배관이 마음에 듭니다.
 
문득 조선 최초의 수세식 양변기 사용이 언제인지 무척 궁금해지는데,
 
당시 19세기 미국 주류 가정에서 수세식 양변기를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었다고 합니다.
 
하긴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있었으니 수세식 화장실 사용도 당연했겠지만,
 
그래도 19세기에 수세식 양변기라니 조금 놀랍습니다. 재미있네요.
 
 
공관원 사무공간
 
공관원들이 집무 하던 사무공간은 개인적으로 공사관 방 중에서 가장 멋스러운 곳인것 같습니다.
 
세 개의 크고 작은 책상과 그 위에 놓인 오래된 사무용품들
 
기계식 타자기며, 램프 조명, 펜, 붓, 스템프, 지구본, 자명종.
 
고풍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곳입니다.  
 
당시 문서 작성을 위해서 먹을 갈아 붓을 사용하기도 했고,
 
잉크를 써서 필기를 하기도 했고, 필요에 따라 타자기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공관원 업무라는게 주로 어떤 일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지금처럼 여행객이 많던 시절도 아니었으니 여권업무보다는
 
여러가지 외교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본국으로 보낼 서류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문득 당시 '일반 공관원'들의 직책이나 나이, 성별, 학력 등등이 궁금해집니다.
 
아마 당시로서도 젊은 엘리트들을 선별해서 파견하지 않았을까요.
 
'공사'보다 실무적이고 현장에서 부딪치는 일을 했을테니,
 
당시 자신들이 자란 조선에 비추어 바라본 미국 사회에 대한 시각도 훨씬 적나라했을 것 같습니다.
 
 
서재
 
2층 계단을 올라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이다보면 마지막으로
 
공관원 사무공간 옆에 조그만 서재를 만나게 됩니다.
 
서재이니만큼 특별한 장식 없이 수수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공간입니다.
 
 
전시실
 
3층은 원래 공사원들의 주거 공간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건물의 주인이 여러번 바뀌면서 공간 배치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현재 한미 수교 역사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나무로된 공사관의 예전 주소 명패입니다.
 
당시는 '아이오와 서클 15번지'였네요.
 
초대 공사 박정양은 사실 이 건물에 머문적이 없습니다.
 
국사 교과서에서도 나온 대목 같은데,
 
당시 청나라가 조선의 외교활동을 감시하여 조선 공사의 미국 대통령 단독 면담을 제재하였으나
 
박정양은 단독으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고종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박정양은 청나라의 압력으로 조선으로 다시 돌아왔지요.
 
고종의 '황제어새'라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국외소재문화재단>
 
흥미롭게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 여권의 사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주미 공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한 '장봉환'에게 발급된 것으로
 
영어, 불어, 한자로 쓰여있고 실제 크기는 A4 용지보다 큽니다.
 
1882년 조선과 미국이 체결한 '조미조약'입니다.
 
우리나라가 서방 국가와 맺은 최초의 조약이지요.
 
이때부터 우리나라와 미국의 질긴 인연이 만들어졌나봅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지만
 
구한말 당시의 국제 정세와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국제 정세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은 안타깝습니다.
 
아니 오히려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견제는 여전하고, 미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는 씁쓸합니다.
 
우리 자신 마저 남과 북으로 나눠져 불리한 게임을 이어가고 있지요.
 
 
외교란 냉정해야하고, 영리해야하고, 나아가 영악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조미조약'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차후 미국이 일본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일본의 조선 침탈을 용인한 사실을 기억해야겠지요.
 
외교에서 약자는 누구도 편들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상대를 신뢰하되 스스로 강해져 그 신뢰가 쉽게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
 
 
 
아직 개장 초기라 정해진 투어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복원에 참여하신 해설사님이 상주하면서 찾아오는 관람객에게 간단한 설명을 해 주고 계십니다.
 
워싱턴 DC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시간 내어 한 번 찾아오면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 1500 13th St NW, Washington, DC 20005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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