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폰 써클 Dupont Circle'에 있는 중고 서점 'Second Story Books'.
DC에서 나름 유명한 중고 서점 중 한 곳이다.
어지간해서 오래된 것을 찾아보기 힘든 미국이지만 이곳은 조금이나마 옛시간을 느껴볼 수 있다.
낡은 종이에서 피어오르는 케케묵은 먼지냄새가 가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가득하다.
어린왕자 책을 손에 얹고 있는 불상이 신비스런 고서점 분위기를 자아내려하지만,
상상하던 분위기보다 더 잘 정돈된 깨끗하고 아담한 서점이다.
이런 저런 책들이 알파벳 순서로 잘 정리되어 있다.
주로 미국 전쟁사, 대통령 전기, 식민지사 책들이 많은데, 관심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눈에 들어오는 책은 많이 없다.
그래도 대부분 중고 서적 치고는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이다.
그나마 소장가치가 있는 특별한 책들은 한쪽 유리 진열장 안에 따로 보관되어 있는데
고가의 희귀 서적들을 분류해 놓은 듯 하다.
'사자(死者)의 서(書), The Book of the Dead'. 뭐 이런 것도 있고,
'일리아드' 같은 그리스 고전도 있고,
가죽 제본이 헤지고 낡아 제목조차 읽기 힘든 오래된 책도 있다.
간간이 오래된 지도가 서가에 걸려 있는데
옛 프랑스나 이탈리아 지방의 지도나 아메리카 대륙의 옛 지도가 많다.
그중에 스쳐 지나가다가 유독 눈에 익은 지형이 들어와 한 참 들여다 봤다.
생긴 모습이 꼭 아이슬란드같은데...어느 나라 말인지 'ISLANDA'라고 써 있는 걸 보니 대충 맞는 것 같다.
예전에 여행한다고 구글맵을 켜놓고 아이슬란드를 한 참 들여다 봤었는데
아이슬란드의 특징적인 지형이 놀랍도록 정교하게 잘 그려져 있다.
요런건 집에 걸어 두면 근사하겠는데 :)
19세기 구한말 조선을 여행한 영국인 '이사벨라 버드 Isabella Bird'가 쓴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도 있다.
서구 식민 사관이 투영된 책이라며 말도 많은 책이지만
서구 사회에 조선을 알린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인 것은 분명하지 싶다.
늦가을 단풍이든 가로수 옆 가판에서 사람들이 한가롭게 책을 고르고 있다.
요즘 한동안 쌀쌀했지만 바람도 불지 않은 볕좋은 주말 오후라 그런지
듀폰 써클 분위기가 한껏더 고풍스럽고 여유롭다.
'Second Story Books / Dupont Cir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