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여행작가가 자기는 여행을 가면 가끔 그 곳의 소리를 녹음해 온다고 했다. 거창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고, 스마트폰에 있지만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는 녹음 어플을 이용한다고 한다. 고층 호텔 창밖으로 스며드는 도시의 온갖 소음에 섞여 아련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시장통에서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웅성웅성 떠드는 사람들 소리, 시차를 이기지 못해 이른 아침에 깨어 조용한 공원을 걸을 때 무심히 지저귀는 새소리. 때로는 사진이나 영상보다 그 순간을 가장 잘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소리'라고 한다. 나도 예전 여행을 회상할 때 유독 어떤 '소리'가 떠오를 때가 있다. 야간 열차 침대에서 들려오던 주기적으로 덜컹 거리는 철로 소리, 긴 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내렸을 때 들려오던 기내방송, 바닷가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