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읽은 얘기/책 BOOK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2009

제이우드 || 2023. 3. 18. 16:07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2년에 한 번 변정모는 여행이란 병을 앓는다. 그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집, 차, 가구까지 다 처분하고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첫 여행지 시애틀을 시작으로 북미, 남미, 서남아시아의 곳곳을 누비며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루트를 담아낸다. 시애틀, 밴쿠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산티아고, 파키스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여행길과 그만의 섬세한 감성의 사유가 펼쳐진다. 변종모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일곱 번째 사표를 던졌다. 카지노에서 새해를 맞으며 250달러를 따고, 여행지에서 느긋하게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그의 여행은 분주하지 않고 느긋하다. 하지만 그 느긋함 때문에 쿠바에서는 여행 중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곧 기운을 되찾고 그는 새로운 루트를 향해 발을 내딛는다. 페루의 작지만 아늑한 마을 올란타이탐보, 하늘과 맞닿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와 와인… 변종모가 제멋대로 담아 낸 여행의 루트 속에는 유명 여행지에 가려진 아름다운 자연과 이국적인 풍경들, 그곳 사람들의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걸음이 머무는 곳의 모든 풍경을 거울삼아 자신의 사랑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 그만의 사유를 풀어 놓는 글들과 함께 생생한 사진으로 여행의 풍경을 전하고 있다.
저자
변종모
출판
출판일
2009.06.09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여행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열정을 얻기 위해, 아니면 혼자이고 싶어서.

 

자기 나름의 이유와 자기만의 방법으로 기계적인 여행을 지속하다 보면

문득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온갖 그리움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여행으로 채워지지 않는 여백. 

 

돌고 돌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그것은 무거운 닻처럼 떠나온 곳에 메여있는 나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여행을 시작했던 것처럼, 여행을 그만 두어야 할 어떤 계기가 생기면 멈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남겨진 일상과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몇 번의 힘겨운 여행을 할 것이다.

 

 

앙상한 손에 쥐여드린 지폐, 고맙다고 잘 가라고 그렇게 집 앞에서 한동안 손을 흔들던 할머니의 앙상한 모습이 미로 같은 숲길을 빠져나오는 동안 계속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마음 아파해서 안 될 일이다. 

 

서늘한 공기가 구름에 섞여 공중을 산책하고 있다. 나는 잠시 그 구름 속에서 눈을 감는다. 나는 왜 내가 만든 상상 앞에서 실망하는가? 아무도 내게 먼저 사랑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녀가 짚어준 이마를 만지며 기분 좋은 여행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누구의 시간인들 그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피할 길 있겠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시간 앞에 무기력한 마음이 무겁다.
 
결국 남아 있을 것은 처음부터 가슴에 남아 있었다......노을이 지는 것처럼 결국 사라지고 말 것들에 미련을 두지 말고 그 마음들이 사라져갈 때까지 그렇게 걸어가라
 
어쩐지 이곳은 내가 처음 방문한 곳이 아닌 듯 여겨졌지. 별빛도 없고 달빛도 없던 밤.
 
햇볕 뜨거운 경사길의 어린 아버지와 어린 아들 뒤를 따라 걷는데 그리움이 묵직하다.
 
오늘, 내가 깨어 있을 저편의 시간에서 어머니는 달처럼 포근하게 주무시길 바란다. 어머니의 꿈속에는 이 못난 자식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단지 여행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다가보니 여행도 가는 것이란 생각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여행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또 다른 현실을 사는 일이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가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많은 행복에 대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