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여행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열정을 얻기 위해, 아니면 혼자이고 싶어서.
자기 나름의 이유와 자기만의 방법으로 기계적인 여행을 지속하다 보면
문득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온갖 그리움에 빠지게 된다.
더 이상 여행으로 채워지지 않는 여백.
돌고 돌아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그것은 무거운 닻처럼 떠나온 곳에 메여있는 나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여행을 시작했던 것처럼, 여행을 그만 두어야 할 어떤 계기가 생기면 멈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까지, 우리는 남겨진 일상과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몇 번의 힘겨운 여행을 할 것이다.
앙상한 손에 쥐여드린 지폐, 고맙다고 잘 가라고 그렇게 집 앞에서 한동안 손을 흔들던 할머니의 앙상한 모습이 미로 같은 숲길을 빠져나오는 동안 계속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마음 아파해서 안 될 일이다.
서늘한 공기가 구름에 섞여 공중을 산책하고 있다. 나는 잠시 그 구름 속에서 눈을 감는다. 나는 왜 내가 만든 상상 앞에서 실망하는가? 아무도 내게 먼저 사랑해 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녀가 짚어준 이마를 만지며 기분 좋은 여행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누구의 시간인들 그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피할 길 있겠는가? 모두가 떨어지고 나면 흔적 없이 쓸려나갈 시간 앞에 무기력한 마음이 무겁다.
결국 남아 있을 것은 처음부터 가슴에 남아 있었다......노을이 지는 것처럼 결국 사라지고 말 것들에 미련을 두지 말고 그 마음들이 사라져갈 때까지 그렇게 걸어가라
어쩐지 이곳은 내가 처음 방문한 곳이 아닌 듯 여겨졌지. 별빛도 없고 달빛도 없던 밤.
햇볕 뜨거운 경사길의 어린 아버지와 어린 아들 뒤를 따라 걷는데 그리움이 묵직하다.
오늘, 내가 깨어 있을 저편의 시간에서 어머니는 달처럼 포근하게 주무시길 바란다. 어머니의 꿈속에는 이 못난 자식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면서.
나는 단지 여행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다가보니 여행도 가는 것이란 생각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여행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또 다른 현실을 사는 일이다. 그래서 내게 여행은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가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많은 행복에 대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