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때론 진지한 얘기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
제이우드 ||
2024. 12. 27. 14:54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관계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대하는 관계가 편한 사람이다.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서로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보지만,
너무 다가오는 것은 부담스럽다.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신비로운 세상을 동경하는 사람이다.
투명한 액체 속에 하늘하늘 춤추는 한 생명체를
넋을 잃고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나와 다른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이다.
이것은 마치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우주의 한 곳을 응시하는 것과 같다.
나는 공기가 가득 찬 세상, 너는 내가 숨 쉴 수 없는 세상.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한편으로 관계에서 우위에 있길 바란다.
작은 어항 속에 있는 더 작은 물고기는
온전히 내가 이룩한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존재이다.
마치 하늘 위에서 신이 사람들을 내려다볼 때처럼,
가끔 이 작은 생명체에게는 내가 절대적인 그 무엇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그러운 박애주의자가 된다.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책임감이 강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처럼
하루 종일 챙겨줄 수도 없고, 여행 갈 때도 데려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성급히 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면 물고기를 키우는 사람은 신중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 공간 안에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물고기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