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우드 || 2023. 6. 2. 12:32

a.m. 8:40

아침에 눈을 떠보니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그만 섬이라 그런지 내리는 비도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선유2구 마을에는 작은 교회가 있는데 마침 일요일 아침 예배를 하러 섬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섬에도 교회가 있는거 보면 참 신기하다....

교회옆에 선유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데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폐교된걸로 들었는데

아무튼 아담한 운동장에 노란 건물의 이쁜 교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11시 30분 첫 배 타기 전에 망주봉 뒤 새터까지 자전거 타고 아침 해변을 달렸다.

자전거가 조금 낡아서 엉덩이가 아팠지만 뒤로뒤로 지나가는 배경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작은 섬들과 촉촉한 해안을 배경으로 10여분 정도 자전거를 달려가면

 

 

망주봉 바로 뒤에 '새터'라고 선유도에서도 꽤 큰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까지 이렇게 외길이 나있고 양 옆으로 넓은 갈대밭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특이한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가끔 갈대숲 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만 없다면 바람에 스치는 갈대들의 사각거림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길이다.

 

 

망주봉 뒤에 이렇게 마을이 크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제법 넓은 경작지도 있고

해변을 따라 작은 배들이 조각 조각 떠있어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어딜 가든 생활의 흔적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아 늘 정겹다....

 

그것이 비록 갯벌에 박힌 낡은 어선처럼 때로는 애잔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동안의 나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그래서 여행이란 좋은 것이고....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길을 떠나는 것 같다...

 

a.m. 11:20

 

배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선유교에 올라가봤다.

선유교는 무녀도와 연결되 있는데 무녀도에는 섬이지만 넓은 농경지와 염전이 있다고 한다.

무녀도도 꼭 가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무녀도까지 가진 못해, 다리 위에서 아쉬움만 달래고

돌아서야 했다.....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야 언젠가 다시 찾아 오지 않을까?..^^

 

 

여행이라는게 그렇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가려고 욕심부리면 작지만 귀한 것들을 많이 놓치게 된다.

처음 여행 다닐 때는 빡빡하게 일정을 잡고 바쁘게 돌아다녔는데 어느 순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는게 진짜 여행을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여행을 하면할수록 절실히 느끼는 것 같다.

 

p.m. 11:40

 

이제 여기 올 때처럼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나갔다.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아 등대 밑바닥이 다 드러난게 보였다.

뜬다리도 밑으로 4m는 내려 앉은 것 같고...어제 같이 배탔던 사람들도 하나 둘 모이기 시작 했고,

몇몇이랑은 이제 눈인사까지 나눌 정도로 안면이 생겼다.

다들 무슨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는 걸까....

 

 

배는 섬을 돌아 다른 섬에도 두 번 들렀다.

완행버스처럼 작은 섬을 돌고 돌았는데 바깥 세상과는 이렇듯 배로만 통하던 섬들이

이제는 새만금 사업으로 섬같지 않은 섬이 되 버린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저기 수평선 위에 뻗어있는 거대한 육지 길이 바다를 가로질러 섬을 붙잡고 있었다.

 

문득 몇 십년 뒤에는 차타고 선유도에 오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하게됐다.

그때도 배타고 찾아온 지금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섬 그대로일까.......

배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그 설레임을 그때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객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사무치는 아쉬움 때문이랄까....
저 멀리 물안개 속으로 선유도가 점점이 사라질 때까지 배 뒷편에 나 앉아 바다만 바라보고 왔다.
왜일까...
마치 저 섬 어딘가에 내가 가졌던 어떤 것을 두고 온 것 처럼 가슴 한 구석이 휑하게 느껴졌다.

내가 두고 온 것은 무엇일까......집착? 미련? 후회? 그리움?

나도 잘 모르겠다.....다만 내가 두고온 그것이 더 이상 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만 있을 뿐이다.

 

항구에 도착하자 배를 따라 나를 쫓아 오던 먹구름이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아쉬움을 씻어 내리듯이........